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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강아지에게 가루약 먹이는 이야기..



저희집 강아지.. 나이가 제법 있다보니 살짝 병이 좀 생겼습니다. 최근 치료하고 있는 건 비염?과 귀속 염증입니다. 평소 코가 막혀서 헉헉대다가 갑자기 흥하면서 콧물덩어리를 분사하는데.. ~~테러~~ 괴로워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죠. ㅠㅠ . 게다가 귀에 염증도 있어서.. (애들 씻길때 귀속을 조심하세요.) 귀도 많이 간지러워하고..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병원에 다녀옵니다. 병원비가.. ㅠㅠ. (요즘에는 8세 이하인 강아지들 대상으로 보험도 있네요.)


어쨋든 최근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이리저리 이야기를 듣다가 한약을 처방해 준다고 했습니다. 콧물 빼는거랑 귀염증.. 그리고 기력증강? 3가지.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인뒤 약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는데...

문제의 그 약입니다. 평소 먹던 약은 하얀가루였는데, 한약이 추가되다보니 색깔부터 써보이는 한약이네요. 저희집 강아지 전용 특별 조제에 들어갔습니다.



봉지를 뜯었을뿐인데 한약냄새가 솔솔 풍겼습니다. 이때부터 망한냄새가 솔솔 풍겼는데, 평소처럼 조제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조제하는 방법은

가루약 + 꿀쪼끔 -> 좋아하는 고구마+고기 간식 사이에 쏘옥~!

합니다.



이런식으로 제조가 됩니다. 일명 마크01

..

근데 안먹네요. 평소에는 나름 잘먹었는데.. 이번에는 한약까지 추가되서 그런지 냄새만 킁킁 거리다가 도망쳤습니다. 그래도 시간나면 먹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다음날이 되도록 그대로였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고민해봤는데, 집안 구석에 있는 고구마가 떠올랐고, 고구마 믹싱을 하면 먹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고구마 먹고있으면 달라고 애원을 해서 몇번 준적이 있었는데, 잘먹었거든요.

저도 귀찮아서 안먹는 고구마를.. 하 빡침. 생각보다 오래걸렸지만 잘익었습니다. 근데 호박고구마라 그런지 맛은 뭐 그럭저럭.. 그래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제를 시작했습니다.



마크02


가루약을 평소처럼 그릇에 털어두고, 고구마를 조금 뜯어다가 가루약에 살짝 뭍힌뒤, 추가로 고구마를 덮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약이 있는지 모르죠. 대신.. 계산 미스로 생각보다 덩어리가 컸습니다. 그래도 먹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한입 깨물고 뱉었네요. 고구마도 찢어지고 제 멘탈도 찢어지고.. 크기가 문제인 것 같아서 줄여봤습니다.



마크03


마크02와 똑같은 조제방법이지만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줄였습니다. 녀석을 살살 꼬드겨서 줘봤는데.. 이것도 한입 깨물고 뱉어버렸습니다.


안먹네요.



마크04


마크03과 외형은 같지만 속내용물은 기존 고구마에 가루약을 뭍히고 끝이 아니라. 고구마와 가루약을 반죽하듯이 섞었습니다. 이러면 가루약이 입안에서 터지는걸 방지 할 수 있죠. 제가 만들면서 무척 기특했습니다.


근데 안먹네요.

그래서 .. 밤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이 녀석이 밤이면 아주 환장하거든요.



마크05


기존 마크04에서 겉면에 밤을 섞은뒤 반죽했습니다. 누런 고구마에 뽀얀 밤이 섞였네요. 제발좀 먹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안먹네요.



(강아지도 조심해야죠. )


형이 정성스럽게 만들었는데.. 건방진 자세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진심 멱살 잡을뻔..


..

..

분노에 휩쌓여서.. 잠시 진정시키고 고민해봤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한약을 처방해준 분의 멱살을 잡아야하나.. 병원에 다시 가야하나.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먹이는걸 포기하고 .. 강제로 먹이기로 결정


마크00


이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에 타서 주사기에 넣고 입속에 찍!


구글링해서 어떤식으로 넣는지 학습한뒤 암살자처럼 녀석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미 마크05까지.... 해서 괴롭힌다고 느꼈는지 슬슬 도망치는데, 살살 잡아서 구석에 몰아 넣었습니다. 그리고 주사기로 ~~저격~~ 먹일려고 하니깐 고개를 좌우로 아주 .. 잘피하네요. 강제로 결박해서 먹일까 했는데.. 이러면 트라우마가 생길수 있으니 포기..



마크 00 ~ 05


참 이쁘게 만들었는데 왜 안먹을까.. 다시 고민하다가


마크01과 마크04를 섞기로 했습니다.

(가루 + 꿀 + 고구마 조합)
ezgif.com-resize.gif


마크06


약가루 약이 상당한데.. 일단 반정도만 털어서 꿀과 썩은뒤 고구마속에 숨겼습니다. 이러면 냄새도 덜나고 맛있는 꿀이 뭍혀져 있으니 ㅎㅎ 정말 기발하다.


근데 안먹습니다.



애가 어렷을적 부터 맛있는 간식을 자주 먹어서 그런지 아주 배가 불렀네요.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배고파서 하나정도는 먹겠지.. 하고 밥그릇에 넣어놨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땅바닥이 쓰러져 있었는데 (@asinayo) 다른 선배님들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서 구글링.. 참고할만한게 별로 없다가 하나를 발견했네요.


그것은 딸기쨈


딸기쨈은 줘본적이 없긴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마트로 향했습니다.

맛있는 딸기쨈. .. 제발..



기존 마크 05 같이 딸기쨈 + 가루약 + 고구마로 조합했습니다.

모양을 햄버거 형식으로 제조 할려고 했는데..



마크07


외견은 그리 썩 좋지 않지만 확실히 냄새는 덜나네요. 그리고 약빼고 맛있는걸로만 이루어졌으니 녀석도 만족할거라고 생각해서 슬며시 넘겨줬는데..


안먹네요.


안먹습니다.


안먹어.


...

...


혹시 고구마가 문제 아닐까?


해서 고구마만 줘봤는데 정말 약오르게 잘쳐먹네요.

먹자마자 자연스럽게 마크 07 줬는데.


역시나 안먹습니다.


내가 졌다. 안먹일란다.



이럴줄 알고 함께 사온 빵... 내가 다 먹어야지. 꿀맛


...


강아지에게 약주는 방법 결론


약 안먹는 아이들은 무슨짓을 해도 잘 안먹는다.

평소에 간식을 너무 많이 주지 말자. ㅠㅠ.

한약은.. 절대 안먹는다. 먹이주다가 성격버릴수 있으니 조심.


후일담..


마크 01~07 밥그릇에 깔아두고 하루정도 간식을 안줬더니 마크01(고기에꿀약뭍힌것) 은 한조각 먹었습니다. 마크01이 제일 좋네요. 다음에 약받을때는 무조건 한약빼고 마크01로 제조해줘야겠습니다.


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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