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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기 8 - 둘째 날 (저녁)



저번 이야기..

갑자기 여행이 가고싶어서 최소한의 짐만 챙기고 무계획으로 제주도에 왔다. 바다를 보고 힘들게 뚜벅이로 돌아다녔고, 생각지 못한 분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보았고, 맛있는 아침과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걸어가는데.. 길을 잃었다.....


길을 잃었다가 숲속에 숨겨져 있는 표지판을 보고 위치를 확인 한 뒤로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생각보다 이상한 곳은 아니었고, 그리고 원래 가려고 했던 쇠소깍에 가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걸어가니 아까 표지판에서 확인했던 그 랜드마크 식당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 기뻤다. ㅠㅠ. 그렇다고 해서 들어가진 않았다. 갈길이 바쁘기에...



대신 건물 근처를 서성이며 그늘속에 숨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길찾기 기능으로 다시 확인해봤는데,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은듯 싶다. 이제 마음의 여유도 찾았으니 주변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가면 되겠다.



다시 걸어가면서 생각해봤는데, 비록 개고생은 했지만 남들이 안오는 이곳.. 나는 유니크한 풍경을 본거구나. 아마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이쪽으로 안올테니.. 이 풍경을 본사람은 무척 적을 것이다. .. 이렇게 헛짓거리와 개고생한걸 포장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이게 바로 정신승리 ㅎㅎ

정신승리를 하면서 좀 더 걸어갔는데, 이제 일반 차도가 아닌 올레길로 보이는 듯한 길이 나왔다. 이제 여유있게 사진 및 셀카를 찍으며 걸어가는데..

나를 자극하는 코스를 발견했다.


그곳은 바로 지압코스..

과거 경험했었는데, 대충 훑어보니 이 제주도 올레길 지압코스는 풋내기 수준으로 보였다. 당당하게 신발을 벗고 (손에들고) 걸어갔다.

몇발자국 걷고난 뒤.. 나의 판단은 "생각보다 아프다" 였다. 과거 지압코스가 '강약약 중강약약 강중약' 이었다면, 이건 '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중' 느낌.

짐을 들고 있지 않았을때도 아플것 같은데 지금은 모든 짐을 들고 있는 상태라 지압 X 2 정 되는 느낌. 그래서 고통 X 2 상태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여유는 있었다. 사진도 찍고 지압코스 상태를 확인해기 위해 땅만보면서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길었다. 역시.. 제주도 스케일은 남다르다.

고통이 좀 쌓여서 나도모르게 발걸음이 좀 빨라졌는데, 아픔에 지쳐갈때쯤 코스가 끝났다. 얼얼한 발을 살짝 풀어준 뒤 신발을 신고, 도망쳤다. 다시는 지압코스 무시 안해야지.

jiab2.gif


(사진을 다시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느낌이 있긴한데.. 과거가 짧지만 더 다양하고 재미있다. 물론.. 고통도.. )

지압코스를 벗어난 뒤 계속 걸었는데, 올레길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상하리만큼 차도였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다가 왼쪽 숲속에 가려졌던 길이 보였다. 풀을 헤치며 그쪽으로 가니.. 그곳이 올레길이네. ㅎㅎ .

그 길 따라 조금 걸어가니 쇠소깍? 으로 불리는 곳이 나왔다. 근데 생각보다 물이 더럽네. 그래도 사진은 찍었다. 포토존? 으로 보이는 곳에서 어슬렁 거리니 친척들로 보이는 단체가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한.. 8명? 어르신부터 학생까지 나이는 다양해 보였다. 그리고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끌려온건가? 어쨋든 나중에 원망을 듣기 싫으니 여러각도에서 여러방 찍어줬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거 보면 쇠고깍이 명소인가보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곳보다 공천포가 더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아니면.. 걷다가 길을 잃고, 지쳐서 ..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걸까..?



평소같았으면 해변으로 내려가 360 사진을 찍었을텐데, 지치기도 했고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은것도 있고, 폰 배터리가 쪼들리기도 했고....

사진을 촬영한 이곳 옆쪽에서는 서핑보드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핸드폰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쉽지만 눈으로만 감상했다. 생각보다 바람이 부는지 파도가 제법 있었고, 서핑 선수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도에 올라다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신기하네.

그리고 쇠소깍에 간다고 했을때 아는 사람이 명물 '쉰다리' 라는 술을 마셔보라고 알려줬다. 목이 무척 마른 상태라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쉰다리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싶었지만.. 폰이 맛탱이가 간 상태라서.. ㅠㅠ

결국 끝부분에 도달할때까지 쉰다리를 발견하지 못했고, 지치고 힘들고 목이 말라서 그냥.. 편의점에 들어가 평소마시던 음료수를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한라봉 쥬스라도 사마셨으면.. 하는 멍청했던 나의 행동이 후회되었다. 정신승리를 하자면 더위를 먹은것 같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거 같다.

음료수를 마시고, 사진을 찍을려고 했지만 핸드폰은 맛이간 상태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그냥 갈까 하다가 혹시몰라 가져온 태블릿 넥서스7 2세대가 떠올랐다. 무척 후지지만 이것도 카메라가 있으니..!! 기쁜 마음에 태블릿을 들고 해변가로 갔는데, 미친.. 카메라앱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거지같은 상황.. 기도를 하면서.. 핸드폰을 확인해봤는데, 살짝 정상으로 돌아온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맛이가기전에 제빨리 360 사진을 촬영했다. 촬영이 끝난뒤에 다시 맛이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이제 할꺼 다했으니 다음목적지는 서귀포시에 있는 숙소.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역시나.. 버스가 언제오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사람도 없고 차도 없었다. 나는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 그러던 도중 저 멀리서 택시한대가 슬슬 다가왔다. 모든게 귀찮아진 나는 택시에 탑승했고, 숙소로 출발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지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사진으로 봤을때는 적당한 크기로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작았다. 화장실도 있을거 다 있지만 작았다.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에어컨을 틀고, 배터리 충전을 시작했다.



상쾌하게 씻고 나와 숙소를 다시보니 아늑하다고 느껴졌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폭신폭신한 침대~ .. 물론 따스한 햇살은 늦잠자는데 방해가 될 것 같다. 입었던 옷들을 간단히 세탁하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아늑하당~

그래도 조금 뒤에 어떤 사람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푹~ 쉴수는 없었다. 눈을 감는 순간.. 걷잡을수 없는 미래가 펼쳐질 테니.... 잠시 쉬다보니 약속시간이 다가왔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 뒤 여벌의 옷을 입고 숙소를 나섰다.

맛있는 흑돼지를 먹기로 했는데, 기대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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