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List

2018년 12월 9일 일요일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기 7 - 둘째 날 (오후)

식사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공천포. 예전 사진으로만 봤을때 이곳은 꼭 가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지도앱을 실행해서 길찾기 버튼을 눌렀고, 지도앱이 알려주는 정류장으로 향했다. 거리는 한 걸어서 5분정도? 평소라면 별거 아닌 거리지만 이 무더운 날씨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아침부터 일출도 보고, 맛있는 식사에 꽃길까지.. 오늘은 정말 운수좋은날인가 보다. 하지만.. 이 꽃길 이쁘기만 하지 효율은 떨어진다. 일단 보는 바와 같이 인도의 2/3 정도를 차지해서 걸어갈때 불편하고, 걸어가는 내내 내 다리에 꽃이 부딪혀서 무척 거슬렸다. 나도 어쩔수 없이.. 꽃들에게 니킥 (knee kick) 을 선사하면서 지나갔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얼마 뒤 버스가 도착했고, 다음 목적지인 공천포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한 일은 숙소를 결정하는일! 저녁에 어떤 분을 만나기로 했는데 내 숙소가 정해져야만 약속 장소를 편히 정할 수 있을테니... 3군데 정도를 후보에 올렸고, 몇분정도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을 했고, 살짝 걱정이 되긴했지만 별일이야 있겠냐.. 라는 느긋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1시간정도 후 공천포에 도착했다. 이제 풍경을 즐겨볼까.. 했는데, 더워서 물을 많이 마셨더니 어디선가 신호가 왔다.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 조건에 만족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일단 한쪽방향으로 좀 걸어간 결과. 있어보이는 건물을 발견했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아주 좋은 카페다. 나는 비겁하게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특정 장소만 이용했다. (참고로 작은거) . 몇분뒤 상쾌한 모습으로 빠져나왔다.

이제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곳과 좀 달랐다. 나는 뭐좀 뭐가 있고, 뭐가 있는 배경에 ..$%@% 그냥 바다다. 일단 바다를 가까이 보기위해 해변으로 향했다. 처음에 더러워보였던 바위들도 생각보다 이뻐보였고, 물이 상당해 깨끗했다.




(이 광경을 보고 뛰어들어가지 않았던 나는.. 지금 생각하면 더위먹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연사 및 포토타임을 잠시 가졌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건데.. 내가 사람들이 없는 곳만 골라다니는 건가? 주변에 사람이 한두명 밖에 없었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긴한데, 묘한기분? 내가 좀 이상한데 오는건가?. 아니면..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좋았다. .. 아니면 다른곳은 더 좋은가..?

내가 상상했던 곳은 아니지만 경치는 죽여줬고, 사람도 없어서 실컷 사진을 찍은 나는 이제 다음 목적지인 쇠소깍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지도상으로 보면 가까워서 애초에 걸어가기로 결정했었다. 다소 힘들겠지만 올레길로 이어져있기도 하고, 지도앱시간으로도 1시간정도 걸린다고 나오니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참고로 카카X맵 기준 올레길로 알려주지 않고 최단거리로 알려줍니다.)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핸드폰 GPS가 맛이 가서 그런지 가는 방향을 좀 헷갈렸다. 주변 랜드마크를 확인한 후에야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었다. 쇠소깍으로 가긴 가는데.. 난 올레길로 가고 싶단 말이다!.



중간중간 딴길로 갔다가 이제 정상적인 길을 확인할수 있었고,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뭔가 숲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고, 입구 근처에서는 무성한 나뭇가지를 정리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 숲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곳이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동화속의 숲속 같은 기분? 앞으로 갈때마다 숲속 깊은 곳을 모험하는 기분이 들었고, 신이 났다. 나는 지금 이순간 모험가다!

..
..
1분정도 후에는 바람한점 안부는 이곳이 정말 지옥같았고,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중간중간 어두운곳을 지나갈때마다 뭔가가 튀어나올것 같았고, 사람이 드나든것 같은 곳을 볼때면..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정말.. 이런곳이면 사건사고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나혼자 걸어갔다.

gcp-ssg2.gif


중간중간 내가 어디까지 왔나 확인할려고 지도앱을 실행했는데, 지도에 안나오는 곳인지.. 쓰레기같은 핸드폰 GPS가 맛이 간건지 내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온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지도로 확인해보면 앞으로 쭉~ 가다보면 길이 나올테니.. 믿음을 가지고 계속 걸어갔다.

근데.. 역시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직진인데 길이 막혀있었다. 이미 목이 타들어가고 정신이 혼미에 져서.. 저 경고판으로 보이는게 뭐라 써져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걸어 온 방향으로 되돌아 가는게 아닌 다른 길이 있었다.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V 자 유턴을 하고 계속 걸어갔다.



우와~ 하늘 이쁘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 해봤지만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분명 차도 인데 지나가는 차량은 볼 수 없었고, 사람은 더더욱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제일 걱정인건 여기가 어디인지.. 지도앱으로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아.. 이 쓰X기 같은 핸드폰.. 여행할때는 좋은 핸드폰이 필요하다. ㅠㅠ.. 다음에는 좋은거 써야지..

.. 계속 걸어갈수록 숨이 가빠졌고, 목은 타들어갔으며 핸드폰은 맛이가기 시작했다. GPS도 못잡고.. 정상적인 보조배터리1이 다 닳았다. 하.. 슬슬 겁이 났다. 이대로 가다간.. 미아?가 될것 같았다. 사람살려! 도움! 도움!..
심지어 무슨 가게 하나 없었다. 그냥 다 일반 가정집인듯.. 약소한 랜드마크라도 하나 있어야 확인을 할텐데...

다른 방법도 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길옆에 숲속에서 뭔가 눈에 보였다.

mia1.gif
!!!!!! 식당! 근처에 식당이있다.! 핸드폰 GPS는 맛이갔지만 검색은 되니.. 지금 현재위치를 대충이나마 알 수 있게 된거다!. 얏호! 신이나서 바로 검색했다.! 여기서 탈출할수 있다.!!!!



다행히 저 표지판에 있던 곳이 검색해서 나왔다. 근데.. 방금전까지만 해도 GPS가 안됬는데 겁나 빡치게 갑자기 되네? 하... 어쨋든 원래 가려던 길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올레길이 아니라 울림길이다. 나를 울림 ㅠㅠ.

계속



현재위치

댓글 없음:

댓글 쓰기